국립중앙박물관 친일파 유묵 철거와 유홍준 관장 소장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1. ‘친일파’ 유묵 전시와 철거 논란의 전말
국립중앙박물관이 전시했던 유묵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이 그 글씨의 주인이 친일 행적이 명확한 인물로 확인되면서, 전시에서 전격 철거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해당 유묵은 한때 ‘나라의 은혜를 잊지 말자’는 애국적 의미로 소개되며 관람객에게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처럼 활용되었으나, 작자의 실체가 재조명되면서 그 상징성이 완전히 뒤집힌 사례가 되었다.
박물관 측은 문제 제기 이후 서둘러 전시를 내렸지만, 이미 다수의 관람객이 작품을 접한 뒤였고, 전시 선정과 검증 과정에서의 책임론이 불가피해진 상태다.
유묵의 내용 자체는 “한 끼 식사도 국가의 은혜”라는 식의 표현으로, 국가와 국민의 관계를 강조하는 전통적·보수적 가치관을 담은 문구로 해석돼 왔다.
하지만 글씨의 주인이 일제강점기 일본 제국에 협력하고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거나 미화한 친일 인사였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이 문구는 곧바로 식민지 지배 질서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적 문장으로 재해석되기 시작했다.
결국 동일한 문장과 동일한 예서체 유묵라 하더라도, 역사적 맥락과 작가의 행적에 따라 메시지가 정반대로 전복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특히 논란이 커진 지점은 이 유묵이 “국가의 은혜”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일제 식민 지배를 ‘근대화의 혜택’이나 ‘은혜’로 포장하려 했던 당시 친일 담론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이어진 것이다.
문화예술계와 역사학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문장을 공공기관이 아무런 맥락 설명 없이 ‘훈계문구’ 정도로 전시한 것 자체가, 결과적으로 일제 식민 정책의 미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무비판적 태도였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따라서 논쟁의 초점은 단순히 “친일파의 작품을 썼느냐, 아니냐”를 넘어, 박물관이 역사적 자료를 어떤 서사로 재구성해 대중에게 전달해왔는지에 대한 더 근본적인 반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시민들이 크게 반응한 이유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국가가 운영하는 대표 역사·문화 기관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국립기관의 전시는 곧 국가의 역사관, 문화정책의 방향과 긴밀히 연결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인데, 이 기관이 친일 행적이 분명한 인물의 유묵을 문제의식 없이 내걸고 있었다는 사실은 국민적 신뢰를 흔들 수밖에 없다.
결국 전시 철거 이후에도 “어떻게 이런 작품이 애국적 훈계로 포장되어 전시될 수 있었나”라는 질문은 계속 제기되고 있으며, 박물관 내부의 전시 검증 체계와 윤리 기준 수립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 유묵의 예술적 가치나 서예사적 위치를 논하기에 앞서, 공공 전시물로서 이 작품이 어떤 정치적 함의를 갖는지에 대한 충분한 논쟁과 검토가 선행되었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친일 인물 관련 자료는, 설령 전시를 한다 하더라도 비판적 맥락과 설명을 동반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었어야 했고, 아무런 각주도 없이 덕목을 설파하는 문구처럼 내걸린 현재 방식은 분명히 부적절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2. 국립중앙박물관과 유홍준 관장의 ‘전시·소장’ 책임 논쟁
이번 논란이 단순한 전시 철거 문제를 넘어 정치·사회적 파문으로 확산된 배경에는, 이 유묵 ‘일반시국은’이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인 유홍준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공공기관 수장이 자신의 개인 소장품을 자신이 이끄는 기관 전시에 올려놓았다는 구성 자체가, 이해충돌 가능성과 윤리성 논란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소장품이 친일파의 유묵인 것으로 밝혀졌다는 사실이 겹치며, 유묵의 역사적 성격과 유 관장의 소장·전시 책임 논의가 동시에 제기되는 복합적 상황이 되고 말았다.
유홍준 관장은 그동안 문화재 전문가이자 미술사학자로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았고, 과거부터 서화, 유묵, 고서 등에 대한 안목을 인정받아 왔다.
따라서 그가 개인 소장하던 작품이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에 등장한 것 자체는, 처음에는 그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큐레이션의 연장선 정도로 이해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불거지면서, “과연 그 소장품 선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검증 절차를 거쳤는가”, “관장 개인의 취향과 인맥이 국립기관 전시에 과도하게 반영된 것은 아닌가”라는 구조적 문제 제기가 시작되었다.
또한, 친일 인사의 유묵임을 언제, 어디까지 인지했는가를 둘러싼 질문도 피하기 어렵다.
만약 작가의 친일 행적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를 별도로 공지하거나 비판적 맥락 없이 전시에 활용했다면, 이는 역사 인식의 문제이자 공공기관 수장의 윤리성 문제로 비화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충분한 조사 없이 단지 서예적 미감과 문구의 표면적 의미만 보고 전시에 반영했다면, 이는 국립박물관의 전시 검증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했는가를 드러내는 사례로 남게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 철거 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수용해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을 내놓았으나, 여론은 “사후 수습”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사전 검증과 내부 통제 시스템”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개인 소장품이 공공 전시에 활용될 때는 다음과 같은 원칙과 절차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잇따른다.
첫째, 작품의 출처, 소유 관계, 작가의 이력에 대한 명확한 공개와 함께, 해당 작품이 갖는 역사적·정치적 함의를 평가하는 내부 심의 절차가 강화되어야 한다.
둘째, 기관 수장 또는 관계자와의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을 경우,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 위원회 심사를 의무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전시가 시작된 이후라도 새로운 연구 결과나 문제 제기가 나올 경우 신속하게 설명문을 보완하거나 전시 구성 자체를 재검토할 수 있는 ‘가변형 전시 시스템’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논쟁이 자칫 “유홍준 개인 공격”으로만 흐를 경우, 정작 중요한 제도 개선 논의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문화재·전시 행정은 오랫동안 ‘전문가의 안목과 인맥 네트워크’에 의존해 돌아오는 측면이 강했고, 그 과정에서 비공식 관행이 제도와 뒤섞인 회색 지대가 많았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특정 인물의 책임만을 묻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국립기관 전시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하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구조적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관장의 개인 소장품을 국립기관에 전시하는 행위 자체가 반드시 금지돼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그 과정에서 작품의 이력과 소유 관계, 역사적 평가를 둘러싼 논란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외부 검증 장치가 작동해야 하며, 이번 사태는 그러한 장치의 부재가 어떻게 공적 신뢰를 훼손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3. ‘일반시국은’이 던진 역사 인식과 전시 윤리에 대한 질문
유묵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을 둘러싼 논쟁은, 단지 한 작품의 전시 적절성 여부를 넘어, 오늘날 한국 사회가 친일파의 유산과 기억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해당 문구는 얼핏 보기에 국가에 대한 감사와 헌신을 강조하는 도덕적 훈계처럼 보이지만, 누가, 언제, 어떤 맥락에서 이 말을 남겼는가를 이해하는 순간 그 의미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확장된다.
일제강점기에 일본 제국에 협력하며 식민지 지배 체제를 정당화했던 인물이 “국가의 은혜”를 설파했다면, 그 말은 식민 권력을 향한 복종과 동원의 논리를 포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문제는 “텍스트 자체의 미덕”과 “역사적 맥락”을 어떻게 조화롭게 다룰 것인가이다.
서예 작품, 유묵, 명언, 잠언 등은 종종 시대와 작가를 초월한 ‘보편적 진리’로 소비되지만, 실제로는 특정한 정치·사회적 상황 속에서 기능했던 언어일 수 있다.
따라서 박물관과 같은 공공기관이 이러한 문장을 전시할 때는, 맥락을 제거한 채 미화하거나 일반 윤리로 포장하기보다, 해당 문구가 탄생한 시대의 권력 구조와 정치적 의도를 함께 설명하는 교육적 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친일파의 유산을 전시한다는 것 자체를 무조건적으로 금지하는 접근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보여주느냐, 감추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보여주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친일 인사의 유묵을 전시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방식이 가능하다.
– 작가의 친일 행적과 구체적 사례를 상세히 소개하고,
– 해당 문구가 어떠한 정치적·이데올로기적 기능을 했는지 비판적으로 해석하며,
–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선택과 책임, 그리고 현재 우리가 그 기억을 어떻게 계승·반성해야 할지를 관람객과 함께 질문하는 방식의 전시 구성이다.
이번 국립중앙박물관 사태가 문제인 지점은, 이러한 비판적 설명과 성찰의 장치 없이, 친일파 유묵이 마치 ‘국가와 국민의 유대를 강조하는 아름다운 문장’으로만 제시되었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관람객은 해당 유묵이 지닌 역사적 그림자와 권력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좋은 말”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전시 방식은 결국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일부를 삭제하는 효과를 낳게 되며,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성과 윤리성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 하나 눈여겨볼 지점은, 이 사건이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친일 문제와 과거사 청산이 현재진행형 과제임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친일 인사들의 이름이 남아 있는 기념물, 비석, 학교, 도로명, 각종 문화재와 예술품 등은 여전히 곳곳에서 발견된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제거할 것인지, 비판적 해설과 함께 남겨둘 것인지, 혹은 다른 형태로 전환·재맥락화할 것인지는 지금도 치열한 논쟁 거리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같은 기관은 단순히 유물을 보관하고 나열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회가 과거를 기억하고 해석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논란을 계기로 박물관은 다음과 같은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 친일·독재·인권침해 등 논쟁적 인물과 관련된 자료는, 반드시 비판적 해설과 교육적 맥락을 동반해 전시할 것
– 전시 기획 단계에서 역사학, 인권, 윤리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다학제적 검토 시스템을 마련할 것
– 논란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경과와 조치를 공개하며, 관람객과 시민과의 소통 창구를 제도화할 것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번 ‘일반시국은’ 논쟁은 우리 사회가 “기억의 정치”를 얼마나 섬세하게 다뤄야 하는지 보여주는 일종의 경고라고 느껴진다.
과거를 보존하는 일은 결코 중립적 행위가 아니라, 언제나 어떤 선택과 배제를 수반하는 정치적 행동이라는 점을, 박물관과 문화기관이 더욱 자각해야 할 시점이다.
결론: 친일파 유묵 철거 이후,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되었던 친일파 유묵 ‘일반시국은’의 철거와, 그것이 유홍준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벌어진 이번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친일 인사의 작품을 아무런 비판적 맥락 없이 애국적 문구처럼 전시한 점, 기관 수장의 개인 소장품이 공공 전시에 활용되는 과정에서 충분한 검증과 이해충돌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점, 그리고 문제 제기 이후에야 서둘러 철거에 나선 사후적 대응